‘분배’에서 ‘성장’으로 선회하는가 – 중국식 전환의 이면에 감춰진 딜레마민생 우선이냐, 산업 경쟁력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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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리더십은 최근 경제 성장 둔화와 군 내부 부패 문제로 인해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는 서방 국가들의 공급망 재편과 미국의 기술 수출 통제 강화로 수출이 위축되었으며, 이는 투자와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그러나 이러한 정책 변화는 정치적 메시지와 실질 정책 사이의 간극, 단기 부양과 장기 개혁의 충돌, 내수 확대와 제조업 침체의 상호 보완성에 대한 의문 등을 불러오며 복잡한 정책적 딜레마를 드러낸다.
중국 정부는 팬데믹 이후 예상되었던 보편적 재정지출, 즉 개인과 기업을 향한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민생 인프라 중심의 간접적 소비 진작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고전적인 수요 진작 방식이라기보다는, 국유 자본을 동원한 중국식 투자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할 수 있다.
정부는 교육, 의료, 노후 보장 등 민생 취약 분야에 재원을 배정함으로써 소비 심리를 자극하고, 장기적으로 내수 기반을 확충하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일자리와 고용 창출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아, 기존 산업 구조 내에서의 일자리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정 배분에 대한 내부 갈등도 첨예하다. 제한된 예산 속에서 민생에 투자할지, 아니면 반도체·AI 등 전략 산업에 집중할지를 두고 중국 내 정책당국 간에도 이견이 뚜렷하다.
특히 과거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던 제조업이 구조적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민생 투자가 얼마나 경제 전반의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현재 중국의 정책 기조는 단순한 ‘분배에서 성장으로의 선회’라기보다는, ‘통제된 성장’을 표방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기존 모델의 한계를 내부적으로 재조정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러한 전환의 상징적 장면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2월 17일, 5년 만에 민영기업 대표들과 좌담회를 가진 데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당국이 그간 소외시해 온 민간경제 부문과의 관계 복원을 시도하며, 성장 동력을 다시금 민간에서 찾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민영경제촉진법>이 3월 양회(兩會)에서 끝내 통과되지 못하면서, 이는 단순한 상징적 제스처에 그치고 말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법제화가 무산된 배경에는 당·정 간의 견해차뿐 아니라, 민간 부문에 대한 신뢰 회복보다 여전히 국가 주도의 전략 산업 육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중국 특유의 거버넌스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단기적 부양책이 장기적 지속 가능성과 충돌한다는 점이다. 부채 의존적인 투자는 이미 중국 지방정부의 채무위기를 야기했으며, 부동산 부양 회피와 맞물리면서 투자수단의 다변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투자와 소비 장려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민간의 투자 심리는 위축되고, 대외 신뢰 역시 흔들리고 있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감소하고, 해외 자본은 ‘차이나 엑소더스’를 가속화하고 있으며, 이는 위안화 약세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경제의 내부 동력이 약화되는 가운데, 정책적 신호는 분산되어 명확한 방향성을 상실하고 있으며, 이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중국 리스크’로 인식되고 있다.
![]() ▲ 시진핑과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이라는 외부 충격이 더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 움직임과 함께, 미국은 2025년 초 대중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은 이에 대해 정면 대응보다는, 내수 확장과 기술 자립에 방점을 둔 방어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 자립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수출기업과 고용시장에 부정적 파장을 미친다.
특히 민영기업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관세 충격은 공급망 재조정과 투자 지연, 수출입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중국의 ‘성장 중심’ 정책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중국 정부는 ‘성장으로의 전환’을 외치고 있으나, 실제로는 민간 경제 활성화와 국가 주도의 전략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모순적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단기 부양책이 장기 개혁의 발목을 잡고, 정치적 통제가 경제적 자율성을 제약하는 상황에서는, ‘질적 성장’이라는 구호조차 공허하게 들릴 수 있다.
결국 중국 경제가 진정한 의미에서 성장 모델을 전환하기 위해선, 민간의 활력을 되살리고,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을 제고하며, 외부 충격에 대한 능동적 대응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현재의 정책은 ‘성장’이 아니라 ‘성장하는 척’에 불과한 정치적 연극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