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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자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을 발판 삼아 세계 시장에서 무서운 기세로 세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비보(Vivo), 오포(Oppo), 샤오미(Xiaomi) 등 이른바 ‘중국 빅3’는 동남아와 인도 등 신흥국 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의 아성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iOS 생태계를 강화하며 충성도 높은 사용자층을 구축한 것처럼, 삼성 역시 하드웨어 경쟁력을 넘어서는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국 정부는 ‘이구환신(以舊換新·낡은 제품 새것으로 교체)’ 보조금 정책을 올해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IT 기기까지 확대 적용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6000위안(약 120만원) 이하의 스마트 기기를 구매할 경우 최대 15%의 금액을 환급받을 수 있다. 정부 주도 수요 창출에 힘입어 중국 내 출하량을 끌어올린 제조사들은 이 여세를 몰아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비보는 최근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이미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며, 2025년에는 60%, 2027년에는 70%까지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오포는 지난해 동남아 시장에서 18%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삼성전자(17%)를 처음으로 추월했다. 인도에서도 지난해 4분기 기준 비보(21%)가 1위에 올랐고, 삼성은 11%로 전년 동기 대비 5%포인트 하락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들 중국 제조사들이 고급화 전략까지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했다면, 최근엔 프리미엄 라인업에까지 대만 미디어텍의 고성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적용하며 성능까지 높이고 있다. 미국 퀄컴 대신 대만 업체와 손잡는 전략은 미·중 기술 패권 갈등 속에서 상대적으로 수출 규제를 피해가기 위한 계산도 깔려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스마트폰 산업에도 뼈아픈 경고음을 울린다. 특히 삼성전자는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유력한 경쟁자이나, 단말기 중심의 하드웨어 경쟁력만으로는 점점 더 치열해지는 신흥 시장에서 우위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애플이 보여준 전략은 시사점이 크다. 애플은 단순히 아이폰이라는 기기를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아이메시지, 에어팟 등으로 이어지는 ‘iOS 생태계’를 구축해 사용자들이 쉽게 이탈하지 못하도록 묶어두었다.
삼성 또한 자체 OS나 UI에 기반한 콘텐츠 플랫폼 강화, 스마트홈·웨어러블과의 연계성 확대, 더 나아가 통합 경험을 제공하는 생태계 전략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가격 경쟁력만 앞세운 중국 제조사들에 밀릴 위험이 커지고 있다.
또한 정부 차원의 산업 전략도 필요하다. 중국은 보조금을 통해 내수 시장을 살리면서 동시에 이를 글로벌 경쟁력 강화의 디딤돌로 삼았다. 한국 역시 스마트 디바이스 산업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규정하고, 중소 제조업체·부품업체와의 협업, 수출 금융 지원, 기술 고도화 R&D 투자 확대 등 종합적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세계 시장 공세는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다. 정부의 전략적 지원, 공격적 해외 진출, 기술 고도화와 생태계 확대가 결합된 종합 전략이다. 삼성전자 역시 더 이상 ‘프리미엄 브랜드’에 안주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한국 스마트폰 산업 전반의 혁신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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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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