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만 개발해서는 안 된다... 산업과 연결되는 기술이 답이다정부 주도의 성공 경험, 이제는 실증으로 이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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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가 기존 산업과 융합해 어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증사업을 설계·유치하는 것이 한국이 기술 선도국가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다. |
예컨대, 한 기업이 B 산업이 아닌 A 산업으로 진출하려는 것은 단순한 변덕이 아닌, 시장 분석과 자사 역량을 감안했을 때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가 이를 제지하거나 반대로 특정 산업에 진출하도록 유도하는 일은 비즈니스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자칫 주제넘은 간섭이 될 수 있다.
자유시장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시장을 대신해 유망주를 선정하는 일에 회의적이다. 왜냐하면 정치인과 고위 관료들은 이윤 극대화보다는 권력 유지와 정치적 상징성에 더 큰 가치를 두기 때문에, 실제로는 가장 효과적인 산업보다는 눈에 띄는 대형 프로젝트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는 자기 돈이 아닌 공공 재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대해 민감하지 않으며, 실패에 대한 개인적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런 조건 하에서는 정부가 개입할 경우 실패한 산업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
대표적인 사례가 1960~70년대 유럽의 콩코드 여객기 개발 프로젝트다. 초음속 여객기라는 기술적 쾌거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비용과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이는 결국 실패로 귀결되었다.
인도네시아 역시 1970년대 항공산업에 진출했으나, 이는 독일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한 하비비 박사의 개인적 배경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결정이었고, 경제적 타당성은 부족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조선, 철강, 전자 등 신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눈부신 산업 성장을 이뤘다. 한국 관료들이 유독 유능해서라는 설명은 민족주의적 신화에 불과할 수 있다.
동아시아의 일본, 대만, 싱가포르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산업 육성에 성공했으며, 유럽의 프랑스, 핀란드, 노르웨이, 오스트리아도 보호무역과 보조금 정책으로 특정 산업을 키워냈다.
미국 역시 민간 중심 국가인 것처럼 보이지만, 컴퓨터, 반도체, 항공기, 인터넷, 생명공학 등은 모두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투자에 힘입어 성장한 분야다.
이러한 사례들은 정부가 시장보다 항상 열등한 판단을 한다는 주장을 반박한다. 일부 경제 이론은 의사결정에 있어 가까이 있는 주체일수록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지만, 정보가 많다고 해서 항상 옳은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AOL이 타임워너를 인수한 사례처럼, 내부에서 내린 판단이 외부에서는 실패로 평가될 수 있다. 정부가 산업정책을 펼칠 때도 마찬가지다.
유망주를 잘 고른 정부들은 기업과 효과적인 정보교환 채널을 갖고 있었다. 국영기업 운영, 기업의 정기 보고 의무화, 비공식적 네트워크 구성, 심의회 운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도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배타적 엘리트 집단이 형성되거나, 부정부패 가능성도 존재한다. 정부가 기업보다 상황을 잘 파악한다고 해도, 그 결정이 국가 전체의 이익과 일치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기업의 이익이 국익과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가 전선 산업으로 유도된 사례처럼,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이익에 반할지라도 국가적으로는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결국 정부의 유망주 선택은 위험을 동반하지만, 전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일은 아니다. 일본 정부가 혼다를 닛산에 인수시키려 했던 실패 사례, 한국 정부가 알루미늄 산업에 무리하게 개입했던 사례 등도 있지만, 실패는 성공을 위한 과정이었다.
정부가 적절한 정보 수집과 판단 능력을 갖추고 올바른 인센티브 구조를 마련한다면 유망 산업을 선별해 육성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며, 실제로 여러 나라에서 그러한 성과가 입증된 바 있다.
다만 오늘날에는 과거처럼 정부가 특정 산업을 직접 선택하고 주도하는 방식보다, 다양한 시범사업과 실증사업을 통해 시장성과 기술성을 검증하고 이를 통해 산업을 지원하는 방향이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ICT 분야 실증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국가 중 하나로, AI를 비롯한 미래 산업 전반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고도화된 인프라, 높은 국민 수용성, 빠른 제도 반응력 등이 결합된 결과이며, 이러한 장점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히 AI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수준을 넘어, 그 기술이 현재의 산업 구조와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혁신적 파급력을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AI가 기존 산업과 융합해 어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증사업을 설계·유치하는 것이 한국이 기술 선도국가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데 핵심이 될 것이다.
AI나 로봇, 바이오, 에너지 등 새로운 산업군에서 실증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관련 법제 정비, 규제 유연화, 지역 단위 테스트 인프라 확충 등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