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인공지능과 인간의 공존 가능성을 탐구하다사라진 시간의 흔적을 통해 현재를 되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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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라는 개념의 기원 (ai생성) |
대중문화의 뿌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화’라는 개념의 기원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어에서 문화(culture)라는 단어는 토양이나 식물을 경작(cultivation)한다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이후 문화는 마음을 경작한다는 의미로 확장되었고, 점차 지식, 신념, 예술, 도덕, 법, 관습 등을 포함하는 사회적 산물로 정의되었다.
그러나 좁은 의미에서의 문화는 흔히 예술을 가리키며, 1850년대 유럽에서는 소수의 귀족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특권적 문화로 여겨졌다.
당시 예술가들은 귀족의 후원을 받으며 그들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창작했다. 귀족의 수는 한정되어 있었고, 그들의 문화적 취향도 비교적 유사했기 때문에 예술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창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문화 활동에 참여하면서 상황은 급격히 변화했다.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보통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와 권리가 신장되었다. 이에 따라 문화의 중심이 귀족에서 대중으로 이동하게 되었고, 예술가들은 더 이상 귀족의 후원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되었다.
보통 사람들이 관객이 되면서 예술가들은 보다 많은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관객의 입장료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논리가 문화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되었다. 시장 논리의 지배를 받는 문화는 필연적으로 대중의 취향을 반영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예술의 하향 평준화가 발생했다.
예술의 수준이 낮은 사람들의 취향도 만족시켜야 했기 때문에 문화의 질적 저하가 불가피했다. 이러한 변화를 통해 탄생한 문화가 바로 대중문화다. 대중은 특정한 신분이나 사회적 배경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계층을 포괄하며, 그 성원은 서로 고립된 채 상호작용이 없고 사회적 조직성을 갖고 있지 않는 것으로 정의된다.
19세기 초 유럽의 귀족과 지식인들은 프랑스 혁명 이후 보통 사람들이 정치 무대에까지 등장해 지배 계급으로 변모하는 상황을 두려워했다. 1850년대의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보통 사람들이 구성한 중산층이 사회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회를 대중사회(mass society)라고 부른다. 대중사회에서는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발달로 인해 대중매체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었다.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란 일정한 뜻의 내용을 언어, 시각, 청각 등의 수단을 통해 전달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특히 매스 커뮤니케이션(mass communication)은 대중매체를 통해 다수의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뜻한다. TV, 라디오, 신문 등은 대표적인 매스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대중매체는 대중의 욕구에 맞춘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관객을 확보하려 했고, 이는 상업화된 대중문화의 확산을 촉진했다.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19세기의 귀족과 지식인들은 대중문화가 진정한 예술적 아름다움과 존엄성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대중문화가 저속하고 상업적인 성격을 띠면서 예술의 순수성이 훼손된다는 것이 그들의 주된 비판이었다. 반면 20세기에는 대중문화의 상업적 타락을 우려하는 비판이 등장했다. 대중문화가 영리 추구를 위해 조직된 기업에 의해 주도되면서 동질화되고 규격화된 콘텐츠가 양산되었다는 것이다.
좌파 성향의 비판가들은 대중문화가 대중의 정치적 무관심을 조장하고 기존의 불평등한 사회 체제를 정당화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중문화는 자본주의의 도구이자 대중의 수동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대중문화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부 학자들은 대중문화가 민주적 성격을 지니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열린 문화라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의 사회학자 허버트 캔스(Herbert Gans)는 대중문화를 ‘매스 컬처(mass culture)’와 ‘파퓰러 컬처(popular culture)’로 구분했다. 매스 컬처는 무차별적이고 저속하며 획일적인 성격을 띠는 반면, 파퓰러 컬처는 대중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민주적 성격의 문화로 정의된다. 매스 컬처는 상업화된 저속한 문화로 평가되지만, 파퓰러 컬처는 대중의 자발적인 문화 참여를 통해 형성된 건강한 문화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대중문화는 단순히 상업적이고 저속한 문화가 아니라 대중의 욕구와 창의성이 결합된 복합적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결국 대중문화는 산업화와 도시화의 산물이자, 시장 논리와 민주적 성격이 결합된 현대 사회의 중요한 문화 현상이다. 대중문화는 상업화와 질적 저하의 위험을 안고 있지만, 동시에 대중의 자발성과 창의성을 반영한 문화로 발전해 왔다. 대중문화는 현대인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으며, 앞으로도 대중의 욕구와 시대적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