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코인이나 비트코인이 각광 받는 이유 1. 비트코인, 제재 회피와 결제 혁신의 양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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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트코인 이미지(이미지제공=게티이미지프로) |
비트코인은 기존의 전통적 결제망(SWIFT 등)을 통하지 않고도 가치 이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제 무역 결제 수단으로서 보조적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다만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크고 완전한 법정통화가 아니어서 일반적인 상거래에서의 채택률은 여전히 낮다.
그러나 금융 제재를 받고 있는 국가나 자본통제가 심한 국가에서는 비트코인이 가치 저장 및 교환 수단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비트코인은 특정 국가의 통화 정책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에 일부에서는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 또는 ‘대안 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어느 국가의 통화 당국도 규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검열 저항성(censorship-resistant) 결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동시에 규제 공백도 만들고 있다. 이는 국제 무역에서 비트코인 사용이 확대될 경우 기존의 무역 질서와 정책에도 새로운 과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비트코인 등 암호자산을 통한 무역 거래가 증가하면 관세 부과 및 무역 정책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세는 일반적으로 수입되는 상품의 가치에 부과되는데, 결제가 암호화폐로 이루어질 경우 당국이 거래 금액과 당사자를 정확히 추적하기 어려워져 탈세나 관세 회피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세관 당국은 블록체인 분석 역량을 강화하고, 수입 신고 시 암호화폐로 지불된 경우 이를 명시하도록 요구하는 등 정책적 대응이 필요해지고 있다. 국제 자금세탁 방지기구(FATF) 등은 가상자산 이전에 대한 트래블룰(송수신자 정보 보고) 적용을 권고하고 있는데, 이는 암호화폐로 이루어진 무역 대금도 기존 금융거래처럼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또한 비트코인 사용 증가는 환율 및 통화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트코인으로 결제하면 거래 당사국의 법정통화를 거치지 않게 되므로 환전 수수료나 환율 변동 위험이 줄어든다. 그러나 그만큼 중앙은행의 통화 공급 조절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IMF 분석에 따르면 외국통화 표시 스테이블코인의 광범위한 채택은 해당국의 통화대체를 촉진하고 통화정책 전달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비트코인도 유사하게 달러 등 주요 통화의 대체물로 쓰이게 되면, 전통적 정책 수단(예: 금리 조정, 자본통제)의 효력이 감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국가는 암호자산을 통한 국경 간 거래를 금지하거나 엄격한 허가제를 도입하고 있다.
반대로 암호화폐 친화적인 국가는 이를 무역 촉진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책 불균형은 향후 국제 무역 협정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암호화폐가 제재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세 이외에 수출입 통제, 제재 리스트에 암호화폐 주소 포함 등의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비트코인 사용 증가로 인해 무역 정책의 새로운 영역인 ‘디지털 자산 흐름 관리’가 부상하고 있다. 무역 대금 결제에 암호화폐가 사용될 경우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신고와 과세를 연계시키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탈중앙화 금융(DeFi) 역시 국제 결제 시스템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DeFi는 블록체인 상에서 중개자 없이 금융 거래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존 국제 결제 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자동으로 결제나 신용장이 실행되는 DeFi 프로토콜이 등장하면서 전통적으로 은행이 맡아왔던 무역금융 역할이 일부 대체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DeFi를 통해 기업들은 24시간 실시간으로 자금을 이동하고, 검열 없이 자금 조달이 가능해 글로벌 공급망 금융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무정부적인 금융망의 등장은 각국 규제 당국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기존 국제 결제 시스템은 은행을 중심으로 KYC(고객신원확인)와 AML(자금세탁방지) 규제가 적용되고 있지만, DeFi에서는 거래 참여자의 신원이 익명이거나 가려져 있는 경우가 많아 기존 규제가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금융안정기구나 중앙은행들은 DeFi의 성장에 우려를 표명하며 제도권 편입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나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디파이 프로토콜도 증권법이나 파생상품법의 관할에 둘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국제결제은행(BIS) 또한 탈중앙화 기술을 중앙은행 디지털통화(CBDC) 실험에 응용하면서도 규제 공백을 방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기존 국제 결제망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SWIFT는 CBDC 및 블록체인 네트워크와의 연동 시험을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무허가형 DeFi와 국가 주도의 결제망은 철학과 운영 면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으며, 특히 자본 이동을 통제하려는 정부와 자유로운 탈중앙화 금융을 지향하는 이용자 사이의 긴장은 향후 국제 금융질서의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전통 체계와 DeFi 간의 충돌이 심화되면 국제 공조를 통한 새로운 규범 수립이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무역 결제의 효율성 대 투명성·안보라는 가치 선택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