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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대출 비리 2천억대…경영실태평가 하향 가능성에 촉각

경영실태평가 3등급 하향 시 인수 무산 위기…금융위 최종 판단에 관심 집중

전·현직 고위 임원 27명 부당대출 개입…현 경영진 책임론도 부각

금융당국, 내부통제 부실·조직문화 문제 지적…우리금융의 대응은?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5/02/06 [10:23]

우리은행 대출 비리 2천억대…경영실태평가 하향 가능성에 촉각

경영실태평가 3등급 하향 시 인수 무산 위기…금융위 최종 판단에 관심 집중

전·현직 고위 임원 27명 부당대출 개입…현 경영진 책임론도 부각

금융당국, 내부통제 부실·조직문화 문제 지적…우리금융의 대응은?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5/02/06 [10:23]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인수 추진이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 결과 발표로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에서 총 2천334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이루어진 사실을 확인하고, 우리금융지주의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기존 2등급에서 3등급 이하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현재 금융당국의 규정상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편입하려면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유지해야 하므로, 이번 등급 조정 여부가 우리금융의 생명보험사 인수 추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감독원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부당대출 사건은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불법 대출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으며, 금감원이 이를 면밀히 조사한 결과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의 부정대출이 이루어진 사실이 드러났다.

 

기존에 알려진 350억 원 규모의 불법 대출 외에도 추가로 380억 원이 적발되면서, 손 전 회장 관련 대출 규모만 7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이 이 중 451억 원(61.8%)이 임종룡 현 우리금융 회장 취임 이후인 2023년 3월부터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과거 경영진의 문제가 아니라 현 경영진의 책임과도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강경 대응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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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 본점 전경(사진제공=우리은행)     

 

이와 함께 전·현직 고위 임직원 27명이 단기성과 달성을 위해 무리한 대출을 실행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들이 취급한 부당대출 규모만 1천604억 원이며, 그중 987억 원(61.5%)이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에 발생했다. 이는 우리은행 내부에서 여전히 단기적 이익 창출을 위한 무리한 대출 관행이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내부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대출 브로커와 결탁한 정황도 드러났다.

 

금감원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은행 여신지원그룹 부행장 A씨는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교인인 대출 브로커를 부하 직원인 지점장 B씨에게 소개했고, B씨는 이를 통해 17억8천만 원 규모의 대출을 취급하면서 3천800만 원의 뒷돈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우리은행 내부에서 비정상적인 대출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금전 거래가 함께 이루어졌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금감원이 확인한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규모는 2천334억 원으로, 이는 같은 시기에 검사를 받은 KB국민은행(892억 원), NH농협은행(649억 원)과 비교해도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금감원이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하는 이유도 이러한 부실 대출 사례가 유독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미 지난 2023년부터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문제를 문제 삼아 강도 높은 검사를 진행해 왔으며, 이번 정기검사 결과를 통해 다시 한번 내부 경영의 심각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영실태평가 등급 하향 가능성과 그 영향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가장 주목받는 ‘경영실태평가 등급’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통제 부실, 조직 문화 문제, 리스크 관리 미흡 등이 심각하다고 평가된 만큼 3등급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융당국의 자회사 편입 승인 규정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동양·ABL생명을 인수하려면 최소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만약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 이하로 내려가면 우리금융은 두 생보사를 인수할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이번 평가에서 내부통제가 별도의 평가 항목으로 분리되고 평가 비중이 기존 5%에서 15%로 대폭 증가한 점도 우리금융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금감원은 이번 부당대출 사건뿐만 아니라 우리은행의 여러 리스크 관리 문제점도 주요 평가 요소로 고려하고 있다. 특히 홍콩 H지수 급락으로 손실이 확대되자 평가 데이터를 조작해 손실액을 은폐한 점, 자본비율 관련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한 점, 특수목적법인(SPC)을 활용한 부실채권(NPL) 사업 우회 지원 등의 문제도 이번 검사에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의 최종 판단 변수

 

우리금융지주는 현재 금융위원회에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이며, 금융당국은 지난 1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심사에 착수했다. 통상적으로 금융위의 심사 기간은 60일이므로 원칙적으로는 3월 중순경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자료 제출 기간 등을 감안하면 최종 결정은 4월 이후에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인수 승인을 내릴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금융당국의 규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가 경영실태평가 2등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자본금 증액, 부실자산 정리 등을 통해 금융위가 ‘충족 가능하다’고 인정할 경우 예외적으로 인수가 허용될 수 있다.

 

다만, 금융위가 이러한 예외적 승인을 내릴 경우 금융당국의 내부 신뢰성과 금융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금감원이 우리금융의 내부통제 부실을 강력히 비판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이를 무시하고 인수를 승인할 경우, 향후 금융권 전반의 감독 정책에 대한 신뢰성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우리금융이 추진한 인수 계약 자체의 절차적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금감원의 조사에 따르면, 임종룡 회장은 동양·ABL생명 인수 안건을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이미 이사회에 해당 안건을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결국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된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와 이사회가 불과 20분 간격으로 열리는 등 졸속 의사결정이 이루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계약서에는 인수가 무산될 경우 우리금융이 계약금의 약 10%에 해당하는 1천550억 원을 몰취당할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이사회에서는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당사자의 과실이 없는데도 제3자의 판단에 따라 계약금을 몰취당하는 조항은 이례적”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향후 전망

 

현재로서는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가 성사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등급 조정 여부가 결정적인 변수이며, 금융위원회의 최종 판단도 중요하다. 금감원은 경영실태평가 등급 산정을 제재 절차와 별도로 진행해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위의 승인 여부는 최소 4월 이후에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이 인수를 강행하려면 내부통제 개선과 리스크 관리 강화 등 금융당국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금융의 대형 M&A 전략이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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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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