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최상목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넨 문건의 실물이 처음으로 확인돼 파장이 일어나고 있다.

MBC 보도에 따르면, 이 문건은 A4용지 1장 분량으로, "기획재정부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세 가지 주요 지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이 지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하여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 지원금, 각종 임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 포함 완전 차단할 것’,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이다.
해당 문건은 헌법적 근거 없이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하기 위해 국고를 동원하려 했던 증거로 지목되고 있으며, 비상계엄 상황에서 국헌문란 목적을 입증할 핵심 증거로 평가된다.
특히, 문건 실물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문건의 내용과 형식은 계엄포고령 문건과도 유사한 점이 많다. MBC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문건의 제목 아래 밑줄이 그어져 있는 형식, 문장이 동그라미로 시작하는 특징, 그리고 글꼴이 명조체 계열이라는 점 등이 계엄포고령 문건과 닮아 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을 재판에 넘기면서 "김 전 장관이 계엄 포고령 초안을 작성했고, 윤 대통령이 이를 검토 및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문건에 언급된 비상입법기구는 전두환 군사반란 세력이 국회를 해산한 뒤 설립했던 '국가보위입법회의'를 모델로 삼은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당시 국가보위입법회의는 정치인 활동 규제 등 신군부의 의도에 맞는 각종 악법을 통과시키며 전두환 정권의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장관 측은 그간 비상입법기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 왔으나, 이번 사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김 전 장관 측은 "비상입법기구 관련 메모를 작성한 사람은 김 전 장관 본인"이라고 밝히며, "이는 국회를 대체할 기구를 만들려는 목적이 아니라 긴급 재정입법을 건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공개된 '최상목 문건'은 그 형식과 내용에서 계엄 상황에서의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려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검찰은 이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과 최상목 전 장관 간의 공모 가능성을 조사하며, 나아가 이 문건이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실행에 옮겨졌는지를 추적하고 있다. 한편, 계엄포고령과의 유사성을 근거로 들며, 검찰은 해당 문건이 단순한 내부 검토용이 아니라 실행을 염두에 둔 명확한 계획 문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사건은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 논란과 함께 당시 정부의 행정적, 입법적 계획이 헌법적 테두리를 벗어났는지에 대한 법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비상입법기구 설립에 관한 검찰의 의혹은 단순한 예비비 확보 지시를 넘어 국가의 헌정 체계를 근본적으로 위협한 행위로 해석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문건에 적힌 세부 지시는 재정 및 예산의 통제를 통해 국회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다.
현재 검찰은 '최상목 문건'의 작성 및 전달 경로, 그리고 문건 실행 여부를 포함해 비상입법기구 설립 시도가 실제로 계획되었는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과 최 전 장관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번 문건의 공개는 향후 정치적, 법적 논쟁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문건'의 공개와 함께 제기된 의혹들은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규명하는 차원을 넘어, 현재의 정치적, 헌법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