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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 대신 집짓기, 아파트 공화국을 벗어난 청년부부

"작지만 넓게, 창의적인 협소주택 설계의 비밀"

공간의 한계를 넘어선 설계와 실용적인 아이디어로 완성된 3층 주택의 매력.

전용욱 기자 | 기사입력 2024/12/30 [13:21]

청약 대신 집짓기, 아파트 공화국을 벗어난 청년부부

"작지만 넓게, 창의적인 협소주택 설계의 비밀"

공간의 한계를 넘어선 설계와 실용적인 아이디어로 완성된 3층 주택의 매력.

전용욱 기자 | 입력 : 2024/12/3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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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북구의 구도심에 위치한 3층 협소주택은 젊은 부부의 창의적인 설계와 노력이 담긴 공간이다. 이 집은 약 82.6㎡(약 25평)의 비정형 대지 위에 지어졌으며, 천창과 다양한 높낮이의 바닥을 통해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또한, 자투리 공간을 팬트리로 활용하고, 썬큰 형태의 거실을 통해 효율적인 공간 활용을 실현했다.    

 

서울 강북구의 구도심 한가운데, 빽빽하게 들어선 건물들 사이에 세워진 작은 3층짜리 주택이 있다. 겉보기엔 그저 협소한 공간에 불과해 보이지만, 이곳은 한 젊은 부부의 고된 노력과 창의력이 빛을 발한 결실이다.

 

겨우 차 네 대가 들어가는 작은 주차장 위에 지어진 이 집은, 부부에게 단순한 거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건축주는 이 집을 지으며 10년은 늙는다는 말 대신 10kg이 빠졌다는 웃픈 경험을 전했지만, 서울에서 아파트 대신 집을 짓고 사는 것이 오히려 더 쉬운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이 부부의 여정은 신혼살림을 시작하며 시작됐다. 이들은 서울에서 아파트 청약에 도전했지만, 계속된 낙첨으로 아파트를 구하는 일이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아파트 가격은 끝없이 치솟았고, 지방으로의 이주는 일자리 문제로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니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내가 무심코 던진 한마디, “차라리 집 짓는 게 더 싼 거 아닐까?”라는 말이 남편에게 강렬한 깨달음을 주었다. 아파트에서 살 수 없다면 직접 집을 짓자는 결심으로 이어진 순간이었다.

 

부부는 가진 예산 내에서 내 집을 지을 땅을 찾아 서울의 구도심까지 발길을 옮겼다. 그들이 선택한 땅은 차 네 대가 겨우 들어갈 만한 약 82.6㎡의 비정형 대지였다. 비록 작은 크기와 특이한 모양 탓에 누군가에게는 외면받을 땅이었을지라도, 부부에게는 가능성으로 가득 찬 기회의 땅이었다.

 

8년 동안 모은 자금으로 겨우 건축비를 마련한 이들은 지난해 천정부지로 치솟는 자재 가격에도 불구하고 집짓기를 결행했다.

 

작은 대지와 비정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부는 협소주택의 특성을 적극 활용했다. 평면적으로 부족한 공간을 보완하기 위해 천창을 설치하여 수직적인 공간감을 확보했고, 각 공간의 천장 높이와 바닥의 높낮이를 다르게 설계해 벽 없이도 자연스럽게 공간을 분리했다.

 

대지 모양상 발생하는 자투리 공간은 팬트리로 활용해 효율성을 높였으며, 썬큰 형태의 거실에서는 바닥, 소파, 계단, 등받이까지 의자의 기능을 하도록 설계해 공간의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이러한 창의적인 구조는 아파트에 살았다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부부는 말했다.

 

건축주는 집짓기를 더 흥미롭고 특별하게 만들고자 했다. 그 결과, 책장 뒤에 히든 화장실을 배치하는 독창적인 설계가 탄생했다. 인테리어 관련 업무를 했던 남편에게도 내 집을 짓는 일은 처음이었다. 그는 공사 기간 단축과 설계 변경의 유연성을 고려해 경량 철골조 방식을 선택했다.

 

또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현장 감리와 대부분의 시공을 직접 맡았다. 이를 위해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매일같이 공사장으로 출근하며 약 6개월간 공사에 매달렸다.

 

그 결과, 협소주택이지만 좁아 보이지 않는 3층짜리 집이 완성됐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인 덕에, 집 안은 비좁지 않은 동시에 독특하고 효율적인 공간으로 가득 찼다. 특히 썬큰 거실과 천창의 설계는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해 집을 더 밝고 넓어 보이게 했다.

 

 

부부는 이번 집짓기를 통해 주택의 매력을 제대로 깨달았다며 앞으로도 몇 채의 집을 더 짓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청약에서 계속된 실패와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좌절하던 시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형태의 삶을 개척한 이들의 이야기는 집짓기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게 큰 영감을 준다.

 

아파트를 떠날 용기를 내어 협소주택을 완성한 젊은 부부의 이야기는, 그들의 창의적인 선택과 끈기 덕분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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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시민포털지원센터 이사
월간 기후변화 기자
내외신문 전북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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