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스토리텔링...변화와 확장의 현주소스토리텔링의 역사적 변천과 마케팅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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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Captain America: Civil War)>와 시트콤 <커뮤니티(Community)>의 연출자 루소 형제가 협업한 사례가 큰 흥행을 거두며 이러한 현상을 잘 보여준다. 최근 슈퍼 히어로 영화가 시트콤적인 요소를 포함하며 장르 간 경계가 흐려지는 것은 스토리텔링의 통합적 접근이 중요해졌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과거처럼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의 스토리를 개별적으로 분류하던 방식을 넘어서, 이를 통합해 '콘텐츠의 스토리'로 부르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이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의 사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편, 스토리텔링과 더불어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도 빈번히 사용된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디지털'과 '스토리텔링'의 결합으로, 넓은 의미에서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스토리텔링을 의미한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상호작용성을 포함한 다양한 특징을 지니며, 과거 국내 학계에서는 주로 게임 중심으로 해석되었다.
대표적으로 <리니지 2(2003)>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2004)와 같은 MMORPG가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주요 연구 대상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게임에 국한되지 않으며, 크게 비선형적 교류와 상호작용성을 지닌 '디지털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interactive storytelling)'과 선형적인 '디지털 리니어 스토리텔링(linear storytelling)'으로 구분된다.
디지털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사용자의 행위가 스토리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주요 특징이며, 이는 게임 콘텐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갈라지거나, 특정 수치가 이후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호작용성을 구현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여러 갈래로 나뉘는 게임들이 있으며, 이는 스토리의 분기(branch)라는 기법을 통해 실현된다. 크리스 크로포드(Chris Crawford)와 같은 게임 디자이너는 이러한 분기 기법을 '돌아가기(rollback)', '떠돌이 죽이기(waiver)', '방해하기(obstructionist)'로 분류하여 설명했다. 이러한 기법들은 스토리의 분기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고, 효율적인 스토리 진행을 도모하는 역할을 한다.
반면, 디지털 리니어 스토리텔링은 모든 디지털 스토리텔링이 상호작용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과 대비된다. 웹 기반 콘텐츠나 영상 콘텐츠 등은 디지털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지만 선형적인 스토리 진행을 따르며, 이를 디지털 리니어 스토리텔링이라 부른다. 디지털 리니어 스토리텔링의 특징은 스토리 구조가 복합적이고 중층적이라는 점이다.
과거의 디지털 콘텐츠는 기승전결이 뚜렷한 스토리를 추구했으나, 현대의 사용자는 복잡하고 다층적인 스토리를 선호하게 되었고, 이는 디지털 리니어 스토리텔링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하나의 콘텐츠에서 여러 개의 스토리가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전개되며, 이러한 스토리들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흡수되거나 합쳐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이러한 스토리의 이합집산은 디지털 리니어 스토리텔링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이다.
또한, 디지털 리니어 스토리텔링은 스토리 속에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요소가 빈번히 등장하는 점도 중요한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로 <매트릭스(Matrix)> 시리즈가 있다. 이 시리즈는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오가며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들, 예를 들어 컴퓨터, 네트워크, 바이러스, 로봇 등이 스토리 전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매트릭스> 시리즈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이후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의 <인셉션(Inception)>(2010)이나 <인터스텔라(Interstellar)>(2014)와 같은 영화들이 디지털 리니어 스토리텔링의 특징을 담아내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 영화는 복층적인 세계관을 무대로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요소들을 중시하며,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이러한 두 가지 양상은 현대 미디어 환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다양한 콘텐츠에서 그 활용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은 게임뿐만 아니라 가상 현실(VR)과 증강 현실(AR) 같은 신기술과 결합되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디지털 리니어 스토리텔링은 영화, 웹 시리즈, 디지털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매체에서 복잡하고 다층적인 스토리를 통해 사용자들의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앞으로도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스토리텔링의 형태는 더욱 다양해지고, 그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 디지털 미디어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창작과 경험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