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윤 시집『너무나 선한 눈빛』] -제주 4‧3 증언 시집
나 안 죽었어요. 나 좀 한 방 쏴 주세요 ―「한 방 쏴 주세요」 부분 제주 4‧3 사건은 미군정기에서 발생했고, 6‧25 전쟁 다음으로 제주도민 2만 5000~3만여 명이 희생당한 대사건이라고 할 수가 있다. ‘제주 4‧3 증언 시집’이란 부제가 붙어 있는 이번시집은 이를 시적으로, 문학적으로, 예술적으로 형상화하였다. 왜냐하면 역사의 기록이고, 진실의 울림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집에는 무고한 민간인으로서 희생당한 제주도 주민들이 등장한다. 총살 등의 방식으로 실제로 죽음을 당한 이들이 있고, 그들의 죽음을 목격한 이들의 증언이 있다. 부모, 형제, 자식 등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경험하고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은 수십 년의 세월 동안 두려움과 괴로움을 호소하였다. ‘4‧3’의 비극 앞에서 아기도 죽고, 여자도 죽고, 노인도 죽었다. 합리적인 근거나 마땅한 이유도 없이 그냥 죽어야만 했던 이들이 있었다. ‘제주 4‧3 사건’은 이제 더 많은 이들이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이해하며 파악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밝은 곳으로 이동해서 ‘4‧3’의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강상윤은 시적인 언어로 이를 달성하였다. 그가 제안한 진실로서의 기록 또는 최소한의 양심은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한다. 시인의 살아 있는 시가 앞으로 화해와 화합의 길을, 새로운 ‘4‧3’의 여정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권온 문학평론가 “군인들이 집집마다 불을 붙이고 닥치는 대로 총을 쏘는 것도 보였습니다. 마을로 와 보니 여동생은 이마에 총을 맞아 즉사했고, 아내는 가슴에 총을 맞았는데, 아침에 먹은 음식물이 밖으로 흘러나왔습니다. 그날 수기동에서만 16명이 죽었습니다. 불에 탄 시신들은 배가 터져 창자가 다 나와, 개들이 그걸 보고 날뛰었습니다. ” (중략) ―「개들이 날뛰다」 부분 “고성춘 씨”의 증언에서 출발하는 이 시는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젊은 남자들을 제외한 여자, 노인, 아이 등 “불가항력의 노약자들”을 향한 토벌대의 “무차별 공격” 앞에서 독자들의 마음은 가늠하기 힘든 슬픔으로 차오른다. ‘4‧3’ 당시 “방화하고 학살한 군인”에 대한 단죄는 언제쯤 이루어질 수 있을까?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하지만 살아 있는 유족은 말을 한다 / 4.3은 살아 있다 그러므로 피해자 유족들은 / 영혼을 대신하여 말을 한다 / (중략)/ 제주의 모든 마을을 모으면 / 엄청난 큰 부피의 피해일 것이다. / 그래서 아직도 역사는 진실을 기록하지 / 못하고 있으며 한라산은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한숨과 눈물과 한의 기록일지라도 후세에 남기고/ 지금은 모두가 화합의 손을 맞잡을 때일 것이다 ―「4‧3은 살아 있다」 부분 이번 시집은 ‘제주 4‧3 사건’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치열한 노력의 흔적이다. 이 시는 시인이 고민하고 탐색한 핵심 대상으로서의 ‘4‧3’을 향한 넓고 깊은 제안이다. ‘4‧3’은 “제주의 살아 있는 말이며/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기록이고/ 먼 훗날에 있을 제주인의 슬픈 이야기이다” “죽은 자가 있고 죽인 자가 있지만/ 죽임의 가늠과 책임자가 없는 것이/ 4‧3의 특징이”다. “그 수다한 죽음”,은 왜 발생했고 그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누구도 속 시원히 대답할 수 없는 게 현실일 수 있다. 시인에 의하면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살아 있는 유족은 말을 한다” “엄청난 큰 부피의 피해”를 남긴 “4‧3은 살아 있다” ‘4‧3’을 생각하고 기억하며 그 흔적을 찾아보는 일은 어쩌면 “한숨과 눈물과 한의 기록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강상윤의 시를 읽으며 “진실”과 “화합”의 계기로서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할 것이다.
강상윤 시인은 1958년 제주에서 출생했고, 동국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으며, 2003년 『문학과 창작』으로 등단했다.(추천작 「수평띠톱기계」,「푸른 세상」, 「자기 생을 흔들다」 등) 2004년 첫 시집 『속껍질이 따뜻하다』를 간행한 이후 『만주를 먹다』, 『요하의 여신』, 『너무나 선한 눈빛』 등을 출간했다. 2004년 문예진흥기금을 수혜했고, 한국시인협회,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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