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광활한 우주⑨화] ‘7대 우주강국’ 진입과 ‘민간우주시대’ 본격 개막작년 달 탐사선 다누리호와 최근 우주발사체 누리호 우주 항행 잇따라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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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번의 누리호 3차 발사과정에는 민간 영역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앞으로 우리나라는 누리호 4~6차 발사과정을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했다. 한마디로,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와 같은 우주발사체 산업생태계를 적극 육성할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우리나라 ‘민간우주시대’의 개막이다. 나아가 우리나라가 전자산업의 반도체처럼 우주산업 분야에서도 세계적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출구가 활짝 열린 셈이다. 이른바 ‘우주경제’의 선도국으로 부상할 태세를 갖춘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주 G7’에 편입했다는 표현도 쓴다.
누리호는 지난 25일 예정된 시간인 오후 6시 24분 정각에 하늘을 향해 솟아올라 곧바로 1단 분리, 페어링 분리, 2단 분리, 차세대소형위성2호 분리, 큐브위성(소형보조위성) 분리 등의 임무를 착착 진행했다. 주관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누리호 목표 고도 550㎞와 목표 투입속도 7.58㎞/s에 정확히 일치하며 높은 비행 정밀도를 보였다”고 밝혔다. 3차 발사된 우주운송수단 누리호의 핵심 위성인 ‘차세대소형위성2호’는 영상 레이다 안테나 전개에 이은 위성 자세 제어 기능 확인도 완료된 상태로 정상적 임무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3차 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앞으로 예정된 4~6차 발사에도 관심이 더욱 쏠리고 있다. 누리호 3차 발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이 지난 2021년부터 2027년까지 진행하는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의 일부이다. 종전까지 우주 개척 분야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앞선 기술에 크게 의존했던 우리나라가 이제 거의 완벽한 독자적 능력으로 우주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것이다.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은 총 6차까지로 구성되어 있다. 2021년 10월의 1차 발사와 지난해 6월의 2차 발사는 당초 목표가 시험 발사 단계였다. 나중에 쏘아 올려질 실제 위성과 같은 무게 및 형상을 가진 ‘위성 모사체(模寫體)’를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 1~2차 발사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3차 발사에서는 그야말로 ‘실제 상황’에 돌입하여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
남은 4~6차 발사의 목표는 ‘누리호 시리즈’의 발사 신뢰성을 확보하고, 그 기술을 차츰 민간 영역으로 이전해 미국 우주 기업체처럼 우주발사체 분야에서 민간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2025년에 예정된 누리호 4차 발사는 ‘차세대중형위성3호’를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목표다. 2026년의 5차 발사에서는 ‘초소형위성2호~6호’를, 누리호 시리즈의 마지막 발사 단계인 2027년 6차 발사에서는 ‘초소형위성7호~11호’를 우주 궤도에 올려놓을 계획이다.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 시리즈에 민간 분야 선도 기업을 지칭하는 ‘체계종합기업’으로 참가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3차 발사에서 발사체 제작을 총괄했고, 발사과정의 지휘·관제·점검 등의 핵심 절차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과기부와 항우연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의 기술 습득과 관리 능력 향상의 진척 상황을 고려해 4차 발사부터는 민간 참여 범위를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6차부터는 발사 책임자와 위성 운용 책임자 등 일부 핵심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거의 주역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한다. 이때부터 우리나라의 ‘민간우주시대’가 그야말로 활짝 열리게 될 전망이다.
이번에 3차 발사된 누리호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차세대소형위성2호’가 주(主)탑재 위성으로 실렸고, 한국천문연구원의 우주 날씨 관측용 큐브위성(정육면체꼬마위성) ‘도요샛’ 4기와 민간기업에서 위탁한 큐브위성 3기 등 7기의 부(副)탑재위성 까지 모두 8기의 위성이 탑재됐다. ‘도요샛’은 ‘작지만 가장 높이 나는 새’ 도요새와 인공위성을 뜻하는 영어 <satellite>의 합성어이다.
8기의 탑재 위성 가운데 주탑재위성을 비롯한 6기의 위성은 지난달 31일 현재 정상 작동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도요샛’ 위성 4기 가운데 3호 ‘다솔’은 31일까지 사출(射出)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누리호 본체에서 우주 궤도에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항우연은 ‘다솔’ 큐브위성이 발사체에서 우주로 나아가는 데 실패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민간기업 져스택이 위탁한 큐브위성 ‘JAC’도 아직까지 지상국과 연락이 되지 않아 신호 수신을 계속 시도 중이다.
이에 대해 항공우주연구원측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사안은 우주 운송 수단인 우주발사체와 주탑재 위성의 성공 여부이므로 여러 부탑재 위성들의 정상 작동 여부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도요샛 4기 가운데 1기가 기능을 못하더라도 나머지 3기가 편대 비행을 하면서 공동 임무를 수행하면 본래의 임무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한편, 우리나라를 7대 우주강국의 반열에 끌어올린 누리호와 다누리호의 차이점은 과연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한마디로 누리호는 ‘우주발사체’로서 물건(위성)을 지구에서 우주로 실어나르는 운송수단이다. 반면에 다누리호는 ‘달 탐사선’으로서 운송수단(우주발사체)에 들어가 운반되는 물건(탑재체)이다. 누리호는 ‘우주를 누린다’라는 뜻을 지녔고, 다누리호는 ‘달을 누린다’라는 뜻에서 작명됐다.
지난해 8월 미국 발사체의 힘을 빌려 지구를 떠난 뒤 기나긴 우회로 여행 끝에 지난 연말 달 궤도에 안착한 다누리호는 올 3월 처음으로 달 뒷면을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우리나라 발사체의 역량으로는 다누리호를 달 궤도에 보낼 수 없어서 미국 발사체를 이용했다. 달은 지구를 공전하면서 자전하지만, 그 자전 주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항상 같은 면만 볼 수 있는데 다누리호가 달 궤도를 1,000회 공전하던 날에 드디어 달 뒷면의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었다. 달 탐사선 다누리호는 2023년 5월 말 현재 ‘근무 중 이상 무(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