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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전쟁 절정으로..유럽까지 참전..한국은 어떻게?: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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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전쟁 절정으로..유럽까지 참전..한국은 어떻게?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 침스법)」에 서명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기업과 학계가 일사불란한 ‘원팀’

박근종 칼럼리스트 | 기사입력 2023/05/24 [09:52]

글로벌 반도체 전쟁 절정으로..유럽까지 참전..한국은 어떻게?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 침스법)」에 서명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기업과 학계가 일사불란한 ‘원팀’

박근종 칼럼리스트 | 입력 : 2023/05/24 [09:52]

반도체 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조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9일 「반도체지원법(Chips and Science Act │ 침스법)」에 서명하면서 촉발된 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미국의 견제를 받는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목표로 자국 기업에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 반도체 지도를 다시 그리기 위한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이면서 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과 메모리 1위 한국도 뒤질세라 국내외 투자 규모를 늘리며 본격적인 ‘칩 워(Chip War | 반도체 전쟁)’ 한복판에 뛰어든 데 이어서 최근엔 일본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유치에 성공했고, 반도체 설계 원천기술을 보유한 영국까지도 주도권 쟁탈전에 전격 참전했다.

▲ 반도체(사진=픽사베이)    

 

 

중국이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 제품에서 사이버 보안 위험이 발견돼 “안보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라는 이유로 데이터·운송·금융 등 정보 인프라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제품 구매를 중단하고 중국 내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마이크론 제품에서 비교적 심각한 네트워크 보안 문제가 존재해 중국의 핵심 정보 인프라 공급망에 중대한 안보 위험을 초래한다.”라며 이같이 조치했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업에 사상 처음으로 제재를 가한 조치로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2019년 미국이 같은 이유로 중국의 핵심 정보기술(IT) 업체 화웨이·ZTE에 부과한 제재를 내린 지 4년 만에 중국이 유사한 반격에 나선 것이어서 미국의 대중 제재에 대한 보복 조치로 평가된다.

 

중국의 이번 마이크론 제재는 지난 3월부터 마이크론에 대한 안보 심사를 진행해온 지 불과 7주 만에 나왔다. G7 정상회의 폐막에 맞추려는 정치적 타이밍도 고려했겠지만, 그동안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하여 전략적으로 준비한 정밀타격식 보복 대응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에서 회사 전체 매출의 11%에 해당하는 33억 달러(약 4조 3,500억 원)가 넘는 매출을 기록한 마이크론으로서는 이번 제재로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19년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기소를 필두로 미국이 중국에 대해 벌여온 일련의 제재에 대한 중국의 의도적이고 기획된 반격이다. 지난 4월 희토류 기술 수출을 금지한 바는 있지만 미국만을 겨냥한 것에 그치지 않고, 제품이 아닌 기술 수출 금지라는 포괄적이고 예비적인 형태를 보였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에 대해 “기술적인 괴롭힘과 무역 보호주의의 전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해왔는데 이를 가시적인 실행으로 옮긴 것이다. 중국은 마이크론에서 수입하던 낸드플래시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자국 기업에서, D램은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조달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미국 기업에 타격 주면서 자국에 필요한 공급망 차질은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어 보인다.

 

이처럼 미·중 반도체 전쟁이 서로 제재를 주고받는 본격적인 전면전 대결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어 한국 정부와 기업이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인공지능(AI)과 슈퍼컴퓨터 등에 쓰이는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와 부품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지난 1월에는 미국의 요구에 따라 반도체 장비 강국인 일본과 네덜란드도 대중국 수출 통제에 동참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중국 내 반도체 공장에 첨단 장비를 증설할 수 없으며, 오는 10월까지만 한시적 유예를 받은 상태다. 이에 따라 한국 반도체 산업도 신속히 재편 수순(手順)을 밟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자체 기술력을 키워 해외 의존도를 낮추려는 중국의 행보를 미국은 자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대(對)중국 압박 수위를 가일층 높여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대응 수준을 높일수록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도 그만큼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난 5월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는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전례 없는 대(對)중국 견제 메시지를 쏟아내며 반도체를 둘러싼 지정학적 첨예한 패권 다툼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정상회의 후 발표한 66개 항목의 공동성명에는 각국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압박하는 구체적 ‘액션 플랜(Action Plan)’을 담았다. 미국이 “중요하게는 중국을 포함해 폭넓은 문제에 있어 전례 없는 수준의 단일한 대응을 보게 될 것”이라며, “G7 정상들은 중국 문제에 있어 역사적인 수준의 공조를 강조할 것”이라고 흡족함을 표시할 정도로 수위가 매우 높았다. 각국은 ‘디 커플링(Decoupling │ 탈동조화)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 | 탈 위험, 위험 요소 제거를 위한 제한적 조치)이라는 다소 완화된 표현을 썼지만, 중국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지만큼은 확실히 못 박았다. 경제 보복과 희귀 자원 무기화 등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적 강압에 맞서는 신규 플랫폼을 창설하는 한편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핵심 광물과 반도체·배터리 등 중요 물자의 안정적 공급망을 강화하는 파트너십도 구축하기로 했다. 또 중국의 군사적 현대화에 쓰일 수 있는 첨단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 규제 필요성도 언급했다.

 

당장 중국은 발끈하고 나섰다. G7 공동성명이 나온 바로 당일 네트워크 보안을 문제 삼아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의 구매를 중지시킨 것은 이를 방증한다. 중국이 반도체 보복 제재를 이른바 ‘칩4(Chip4) 동맹'으로 넓히는 경우엔 우리 기업이 입을 피해는 마이크론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크다. 중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중요한 반도체 생산거점이자 거대한 소비시장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 쑤저우에 테스트·패키징(후공정) 공장이 있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 공장, 충칭에서 후공정 공장, 다롄에서는 인텔로부터 인수한 낸드플래시 공장을 가동 중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전체 낸드플래시 물량의 40%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우시에서 D램의 40%, 다롄에서 낸드플래시의 20%를 생산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최첨단 제품은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낙후된 범용 제품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략이다. 두 회사는 각각 중국에 33조 원, 35조 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의 중국 내 매출은 올해 들어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중국 매출은 7조 9,153억 원에 이르고, SK하이닉스도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중국 현지법인 합산 매출이 1조 5,461억 원에 이른다. 두 회사의 합하면 연간 기준으로 수십조 원에 달한다.

▲ 사진/박근종 칼럼리스트    

 

한국으로선 중국의 굴기만큼 일본의 부활도 경계해야 한다. 미·중 대립의 틈을 타 일본은 반도체 부활의 호기로 삼고 있다. 일본은 2021년 발표한 ‘반도체·디지털 산업 전략’에 따라 국가 차원의 반도체 육성과 함께 관련 기업들도 최근 2년 동안 2조 엔(약 19조 2,700억 원) 넘게 투자에 나섰다. 중국 위협 속의 대만, 중국과 이웃한 한국의 지정학적 여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G7 개막 전날인 지난 5월 1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세계 반도체 기업들을 한자리에 모아 삼성전자 등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3곳으로부터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마이크론은 5조 원을 들여 일본에서 차세대 D램을 생산할 계획이고, 삼성전자와 대만 TSMC도 일본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영국도 반도체 산업 인재 육성과 보조금 지원 등에 약 1조 6,000억 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미국·유럽연합(EU)의 대규모 반도체 산업 육성책에 맞서 자국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조치다. 지원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반도체 시장에서 별로 존재감이 없던 영국까지 발 벗고 나설 정도로 경제 안보 측면에서 중요해진 반도체 산업의 위상과 치열한 글로벌 경쟁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국도 올해 들어 반도체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율을 최대 25%로 상향하고 무려 300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민간 투자를 바탕으로 수도권에 세계 최대 규모의 신규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시동을 거는 등 반도체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대만·일본·중국·EU뿐 아니라 영국·인도까지 뛰어든 글로벌 반도체 각축에서 이겨내려면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근간이다. 산업의 쌀인 반도체의 경쟁력을 잃게 되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국가 대항전’이 된 치열한 기술 패권 전쟁에서 기선을 잡고 살아남으려면 초격차 기술 개발과 고급 인재 육성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 초격차 기술 우위 점유는 물론이고 안보 동맹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할 국익 외교의 선제적 노력에도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미국 주도의 탈(脫)중국화에 나서더라도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는 외교전략과 국익을 최 우선한 실리를 잃지 않는 외교기조를 견지해야만 한다. 

 

막강한 원천 설계 자산을 보유한 미국이나 세계 반도체 소비의 24%를 차지하는 중국 모두 다 놓쳐선 안 되는 중요한 나라다. 살벌한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는 국익을 최대화하는 현명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이유다. 우리의 선택 기준은 언제나 국익이 최우선임을 각별 명심해야 한다. 일방 편중외교는 자멸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당 정부와 국회는 기업 규제 철폐와 보조금을 포함한 전방위 지원책을 서둘러 마련하고 기업도 더 과감한 투자로 응수해야 함은 물론 고급 인재 육성을 위한 대학 지원과 산학협력 시스템 구축도 긴요하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기업과 학계가 일사불란한 ‘원팀’이 돼 총력전을 펼쳐야만 반도체 대전(大戰)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고 튼실한 주도권을 확보하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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